울산 슬도 ㅣ 노란 유채꽃과 바다의 조화
요즘 정말 무진장 비가 온다. 비가 오거나 흐려서 기분도 우울한데 그나마 맑은 날은 일하는 날이라 도무지 기분전환은 꿈도 꿀 수가 없는 날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드디어 내가 쉬는 날과 그나마 ‘비가 오지 않는 날’이 겹쳤다. 며칠 전까지 예보에는 맑음이었는데 그 전날 예보부터 황사라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먼지가 가득한 날씨였다.
1. 쉬는 날, 비가 오지 않는 날
그래도 이런 날을 놓치기 싫었다. ‘비만 오지 않으면 나가야지.’ 사실 갈 곳은 없지만 왠지 그래야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갔다. 오랜만에 카메라도 챙겨들었다. 그래서 몸풀기 삼아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를 돌며 벚꽃을 봤다. 만개한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기분은 낼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직장 근처로 가서, 직장 가는 길에 있는 큰 목련나무를 찍으러 갔다. 매번 오고 가면서 ‘언젠가는 찍어야지’ 했는데 그게 이날이다. 생각에는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찍어보니 생각만큼 뭔가 만들어 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도 그 전날 비가 엄청 많이 왔는데도 이렇게 꽃들이 많아서 다행이다.
2. 가야할까?
그다음으로, 이날의 주 목적지인 슬도를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직장에서 슬도까지 한 시간이다. 30~40분이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가야 할까..? 날도 구리고 길도 먼데? 지금 꽃이 제대로 피어나 있을까?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도 가보기로 했다. 이날 이후로 나는 7일을 내리 일해야 하니 중간에 놀러 다닐 기회가 없고, 오늘은 비가 안 오잖아? 가서 뭐 없으면 돌아오면 되지. 그래서 점심도 거르고 울산으로 갔다
3. 칼바람
울산이다. 이제는 어딜 가나 주차가 신경 쓰였는데 주차장 잘 되어 있어서 좋았다. 근데 바람....이게 맞나? 황사보다 칼바람이 더 심각했다. 이 정도로 바람이 부는데 황사가 아직 있는 것도 뭔가 이상한데...? 뭐 어쨌든 왔으니까 가봐야지. 칼바람을 뚫고 뭣도 모르고 등대로 향했다. 거기에 꽃이 있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칼바람만 더 세게 맞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나 같은 사람이 더러 있었다. 알게 모르게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다시 확인을 하고 꽃밭은 반대쪽인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열심히 걸었다.
4. 노란 꽃
슬도아트와 카페, 레스토랑, 그리고 작은 벽화마을을 지나 슬도 유채꽃밭이다. 근데 주차장....있네?? 혹시나 싶어 지도를 켰다. 이 주차장은 나오지 않는다. 이 옆에 있는 성끝벽화마을을 검색하고 오면 될 것 같다.
꽃받은 생각보다 넓은 곳이었고, 꽃들도 아직 많이 피어있었다. 오길 잘했다. 오륙도 수선화밭과 같은 느낌이지만 규모는 훨씬 크다. 바람과 날씨가 좋았다면 정말 예뻤을 것 같다. 노란 꽃과 바람 바다와 조금 더 연한 하늘, 사이사이 띄워진 배들과 사람, 하늘 위를 나는 갈매기. 연인과 함께 왔다면 더할 나위 없는 데이트 코스일 테지만 나는 오늘 혼자고, 황사와 그에 못지않는 칼바람을 등에 업고 꽃놀이를 왔다.
큰 밭 사이사이로 길이 나있어서 여러 각도와 구도(?)로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군데 군데 꽃이 비어있는 곳들이 있지만 그래도 노란 꽃들이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만큼 많다.
5. 돌아가자(feat. 슬도아트)
돌아가는 길에 슬도아트를 지나왔다. 찾아보니 복합 문화공간이라고 한다. 안에서 전시나 체험같은 걸 하는 곳이겠지? 창 너머에는 휴식공간과 카페 같은 곳도 보인다. 사진을 접한 이후로 전시회 같은 곳도 곧잘 가는데 이날은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차피 한 번 보고 말 사람들이지만 칼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와 남루한 행색이 좀 초라해 보였다.
다음에는 와이프랑 같이 와서 꼭 유채꽃이 아니더라도 이 주변을 둘러보고 식당에서 밥도 먹고, 전시도 보면서 부산과는 또 다른 바다를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