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음 달이면 태국에서는 송크란 기간이다. 몇 년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아직까지는) 생일을 겸해서 즐겼던 송크란은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경험 중 하나가 되었고, 와이프와 함께 즐기고 싶지만 올 해는 가족들과 함께 베트남으로 떠난다.
해서 송크란도 다가오고, 그때도 그립고, 언젠가는 다시 가고픈 마음을 담아서 오늘은 태국 여행 때 좋았던 숙소 하나를 되돌아볼까 한다.
1. 퇴사기념 여행
우리는 사내연애를 했다. 그리고 1년 후 결혼을 했고, 그렇게 또 1년 뒤 함께 퇴사를 했다. 그리고 코로나로 어쩔 수 없이 신혼여행으로 갔던 제주도가 아쉬워서 이번에는 2주 동안 태국을 가기로 했다.
그렇게 숙소를 알아보는 동안 나는 살라에서 봤던 그 모습이 너무 인상 깊어서 와이프에게도 같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동안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곳이라 숙박비도 그때와는 사뭇 달랐다. 와이프에게 미안하지만 혼자라도 그때 다녀오길 잘한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분명 다른 곳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부킹닷컴에서 지도모드로 바꾸고 그 근처를 검색하다 ‘인 어 데이’라는 숙소를 발견하고 그렇게 예약을 하게 되었다.
2. vs 살라 라타나코신
그 숙소와 비교를 하자면 장단점이 확실한 곳이다. 살라 라타나코신(이제는 살라라고 하자. 귀찮아..)은 모던한 실내 디자인과 넓은 공간감, 통창으로 볼 수 있는 왓아룬의 풍경이 일품인 곳이다. 하지만 그만큼 비싸고.....비수기에 가면 좀 싸겠지? 그리고 루프탑! 객실에서 통창으로 막힌 답답함을 5층에 위치한 루프탑에서 뻥 뚫린 상태로 즐길 수 있다. 이글스 네스트와 거의 붙어있는 위치다.
그에 반해 인 어 데이는 살라의 거의 절반, 혹은 그보다 더 저렴한 1박 10만원대의 금액으로 같은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리고 살라는 통창이지만 여긴 테라스가 있어서 바람과 물소리와 뱃소리를 들으면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았다.
하지만 금액 차이가 나는 만큼 내부 구성은 살라보단 덜하다. 하지만 있을 것들은 다 있었고, 와이프는 아주 좋아했다. 루프탑은 아니지만 그래도 위로 올라가면 전망대 같은 공간이 있어서 숙소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3. 식사가 더 좋은걸?
사실 숙소 컨디션 때문인지 식사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1층에 있는, 좋게 보면 엔틱이고 나쁘게 말하면 약간은 낡은 로비는 카페와 레스토랑을 겸했다. 아침에 식사를 하러 내려갔는데, 중국인처럼 보이는 마스터 할머니는 정말 친절했고, 함께 일하던 스태프들도 좋았다. 그리고 식사는 더 좋았다. 뷔페식은 아니었지만 여러 가지 구성으로 제법 신경 써서 준비한 식사가 맛도 좋았고,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되는 느낌이었다.
4. 그래서, 살라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까?
그럼! 물론 살라가 훨씬 고가의 숙소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앞서는 것은 당연하다. 나도 아마 그 때 돈이 충분했다면(23년 2월 초 성수기 당시 1박 40만 원) 살라를 선택했겠지만, 다행히 이런 좋은 대체재를 찾았고, 다행히 우리는 밤에 테라스에 앉아 야식을 먹으며 여행 중간지점에서 앞으로의 일정과 지난 여행들을 곱씹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 곳을 되도록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와이프는 1층 로비에서 팔고 있는 엽서도 샀다. 아직도 집에서 가끔 그 엽서를 보면서 그때를 추억하는데, 태국도 여기도 가까운 미래에 다시 한번 방문했으면 좋겠다.